Original Swagger

유브이가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 속 새빨간 티셔츠와 함께 일명 청청 패션이라 불리는 데님 룩을 입고 등장했을 때 진지하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패션의 완성은 역시 얼굴’이라는 타이틀로 1990년대 잠뱅이 캠페인 속 청청 패션을 소화한 원빈의 사진이 한동안 유머 사이트에 떠돌지 않았나. 일반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과거의 패션을 흉내 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이는 복고풍 청청 패션은 사실 이번 시즌뿐 아니라 수많은 시즌 동안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회자되어왔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청청 패션을 어떻게든 모던하고 트렌디하게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청청 패션은 옷 잘 입는 패션계 사람들도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스타일이 되었다. 잘 입으면 대박, 못 입으면 망신인 모 아니면 도 같은 패션이랄까. 그런데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의 청청 패션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들은 이번 시즌 청청 패션을 우리가 촌스럽다 욕하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입어보라고 이야기한다. 단, 중요한 건 리바이스와 리, 디키즈 같은 추억 속 아메리칸 데님 브랜드들이 패션 신을 풍미하던 시절, 특유의 꾸밈없는 오리지널 데님의 감성을 살려서 말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얼마 전까지 어떻게 입어도 멋있기 힘들던 청청 패션 스타일이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채 런웨이에 오르자 우리의 예상을 깨고 말도 안 되게 근사한 트렌드로 탈바꿈했으니까.

청량한 블루 컬러가 돋보이는 스톤 워시 데님 셔츠와 재킷, 스트레이트 팬츠로 구성된 캘빈 클라인의 스리 피스 데님 룩은 1980년대 영화 <아웃사이더>에 등장한 맷 딜런의 섹시한 청청 패션 스타일을 연상시켰고, 캘빈 클라인 진의 오리지널 핏을 그대로 재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크네의 조니 요한슨은 박시하고 루스한 재킷과 베스트, 튜닉, 팬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일성 있는 디자인의 4피스 데님 룩을 완성해 1990년대 오리지널 스트리트 힙합 감성을 더한 한층 진보된 청청 패션을 완성했다. “단순한 데님 브랜드로 남고 싶지 않아요. 그저 옷장 안에서 썩게 될 대량의 데님을 만들고 싶진 않죠”라는 그의 말이 완벽하게 실현된 셈. 

그 밖에 짙은 인디고 컬러감이 돋보이는 데님 팬츠와 재킷을 매치해 1950년대 전성기를 보낸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던한 청청 패션 스타일을 오마주한 준야 와타나베의 더블 데님 룩 또한 빼놓을 수 없긴 마찬가지. 런웨이는 런웨이일 뿐 리얼 웨이에서는 좀 더 신중한 청청 패션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톤의 데님을 매치하거나 무난하게 함께 어울리기 좋은 액세서리들로 포인트를 주되 새로운 시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패션 신은 쉬지 않고 과거의 패션을 재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청청 패션의 이 같은 복귀는 2013년 패션을 이끄는 젊은 사람들의 추억과 낭만이 담긴 시절을 상기시키기 위해 시작된 건 아닌지.

EDITOR 허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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